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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사고 이야기 : 폐업 후 사용자책임

  "내부적으로는 고용관계가 아닐지라도 외부에 표출되는 객관적 상황에 따라

민법에서 규정한 사용자책임을 질 수도 있다
."




대법원 전경

 


 

[해당 판례]

대법원 2009다 5544 손해배상(기)

청주지법 2008나 857 손해배상(기)

청주지법 2007가단 7911 손해배상(기)

 

[해당 법조문]

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상법 제24조[명의대여자의 책임]

 

당신은 누구와 근무하십니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중개사무소 내 조직관계는 수직적인 관계만큼이나 수평적인 관계도 많다. 일반적으로 혈연이나 지연관계가 없는 순수한 소속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을 고용하여 업무를 진행하는 사무소만큼이나 부부 혹은 직계비속의 관계, 지연이나 학연으로 맺어진 관계로 일하는 중개사무소가 상당하다. 그래서 업계관계자들은 ‘100만 중개가족’이라고 늘 상 그들이 요구하는 이슈가 만들어 질 때마다 외치는 것일 런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판례는 친한 친구사이였던 두 사람이(한사람은 등록된 개업공인중개사이며, 다른 한사람은 자격증이 없는 무자격자) 의기투합하여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던 중 영업부진으로 폐업하기에 이르렀고 업무상 관계의 종결 이후에도 무자격자인 친구는 등록되어 있는 개업공인중개사인 친구의 명의를 계속해서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사고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에서는 개업공인중개사인 친구에게 명의대여자로서 뿐 아니라 고용관계에 있어서 감독권을 인정하여 ‘감독의 부재’에 따른 중개사고의 배상책임을 물었다.





공인중개사자격증은 있지만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명예퇴직자 나공인은 비교적 경제력이 있으나 변변한 직업이 없던 고교동창생 백수건달 노세월에게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동업해보자고 권유하였다. 이에 평소 “세월아~네월아~” 태평성대에 지겨워진 노세월은 이를 흔쾌히 승낙하고 자신의 금전 일부를 보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설하기에 이렀다.

그러나 근 1년이 지나도록 생각만큼의 수입이 발생하지 않자 나공인은 폐업을 결심하고 이를 친구이자 동업자인 노세월에게 고지하는데...

(현관 문 앞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채로 나공인이 쭈뼛대며 노세월에게 짐짓 무거운 이야기를 꺼낸다.) 

 “세월아, 생각만큼 벌이도 안되고 내가 경비로 취직을 하게 되었으니 우리 이제 그만 사무실을 폐업하는 게 좋겠어. 정리 되는대로 네가 투자한 돈은 돌려줄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

“고생은 뭐 나만 했니? 너도 했는데 뭘. 나야 원래 세상만사 오케이였던 사람 아니냐. 걱정 말고 폐업하자.”

“그래 이해해줘서 고맙다. 세월아.”

“아 근데 말이야 공인아. 정리하는 것은 정리하는데 내가 사무실 좀 당분간 쓰자. 이거야 원 백수로만 있자니 동네 창피하니까 서류는 정리하고 내가 당분간 월세내고 한두 달 쓰다가 정리할게.”

 마지못해 나공인은 친구인 노세월을 믿고 사무소 입구에 ‘폐업예정’이라는 안내문만 붙인 채 경비로서의 출근을 시작한다. 그러나 노세월은 속으로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인데 뭐 별일이야 있겠어? 세월이가 안됐지 뭐야.”

(친구를 걱정하는 나공인과 달리 노세월은 얼굴에 옅은 미소를 보이는데...)

“혼자가 먹는 게 둘 보다야 낫지 않겠어? 한두 달 바짝 해먹어야지.”
 
노세월은 나공인이 없는 틈을 타 마치 자신이 공인중개사사무소의 대표인냥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중개보수를 반값으로 할인해주겠다며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기에 이른다.


이미지출처 : 시민일보 포토뉴스

 

결국 노세월은 결혼을 앞두고 찾아 온 신혼부부를 상대로 큰 사고를 치고야 마는데...

 “아니 아저씨 이거 어떻게 된 거에요? 우린 어떻게 합니까?”

“아 글쎄 내가 잘 해결해 볼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요. 아 미치겠다. 정말”

전말은 이랬다.

 

신혼부부는 둘이서 함께하는 인생 첫발을 조금은 힘들지만 새로 지은 집, 즉 신축아파트에서 시작하고 싶어 했다. 가뜩이나 자금여력이 부담스러운 신혼부부는 노세월이 중개보수를 반값으로 할인해 준다는 말에 흔들려 노세월이 소개하는 신규 분양 아파트를 전세계약하기로 하였다.

사실 노세월이 소개하는 아파트는 분양이 잘 되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였다.

 “사장님 이 아파트 정말 괜찮은 거죠? 아~ 새로 지어서인지 좋다. 하하하”

“그럼 그럼 나만 믿어요. 내가 알아서 척척 잘 해줄 테니까. 어디서 이런 좋은 물건을 싸게 얻을 수 있어요?”

 노세월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던 신혼부부는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신혼부부는 아파트를 둘러본 첫날, 그만 마음을 빼앗겨 옆에서 계약을 종용하는 노세월에게 가지고 있던 30만 원을 가 계약금조로 지급하였다. 지급 시 조건은 신축분양하는 이 아파트가 분양을 받는 사람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이후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것이었다.

상당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분양자 명의의 등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중 노세월은 분양받은 사람이 등기비용이 없어 등기를 못하고 있으니 전세보증금 중 일부를 먼저 지급하여 주면 그 돈으로 등기를 하고 전세계약을 체결하자고 한 후 10,000,000원을 신혼부부에게서 건네받았다. 

노세월은 신혼부부로부터 위 금원을 교부받은 이후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자 대출금이 많은 집 대신 안전한 같은 아파트의 다른 집을 구해주겠다고 하면서 계약체결을 미루던 중 아직 분양되지 않은 같은 아파트의 다른 집에 우선 입주하고, 그 다른 집의 분양받을 사람이 결정되면 계약을 하자고 하였다.

이에 마음이 급해진 신혼부부는 노세월의 제안을 받아들여 원래 계약하려던 집이 아닌 같은 아파트의 다른 집으로 입주를 하면서 추가로 30,000,000원을 중도금 조로 더 지급하기에 이렀다. 같은 아파트의 다른 집으로 이사할 당시 분양사무소의 직원이 직접 다른 집의 열쇠를 가져다주며 소화기까지 실내에 비치해 주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분양받을 사람이 정해지지 않자 노세월은 신혼부부에게 직접 분양 받을 것을 권유하였는데 이를 신혼부부가 거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세월은 이대로 진행이 되어서는 돈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말로 현혹하여 신혼부부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게 되었다.
결국 손해보는 게 싫은 신혼부부는 노세월의 말대로 실제로 분양을 받는 것이 아니고 투자자를 위해 명의를 빌려주기로 결심한 후 실행에 옮겼다. 아울러 동시에 전세보증금 중 잔금 5,000,000원도 지급하였다.
 


한편 신혼부부는 명의대여자 입장에서 대출금의 승계는 물론 대출금의 이자와 취득세 등 제반비용을 납부하고 전세보증금 외 신축아파트 나머지 분양대금을 노세월에게 지급하였으나 노세월은 그 돈을 들고 도주해 버렸다.

 

(천지가 개벽하듯 큰 소리로 울부짓는 신혼부부)

"아이고 자기야 우린 이제 어떻게 해? 이거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잘 알아보고 결정하자고 했잖아.”

“나는 노세월 그 사람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일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전문가인줄 알았지 뭐야.”
 

첫 출발부터 꼬인 신혼부부는 눈물을 머금고 도망간 노세월을 대신하여 그의 친구이자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설 등록한 나공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정에서 마주한 신혼부부와 노세월의 친구인 나공인)

 

신혼부부의 주장 

“재판관님, 나공인은 노세월에게 폐업 전인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당분간 사용하게 하여 노세월에게 부동산 중개 영업을 하도록 허락하였으므로 상법 제24조 소정의 명의대여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닙니까? 또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개업공인중개사로서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므로 사용자 책임이 있으니 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공인의 반론

“저는 친구인 노세월에게 일시적으로 폐업 전 까지 사무소를 사용할 것을 허락하긴 했지만 부동산 중개 영업을 하도록 허락한 것이 아닙니다. 억울합니다. 또한 저는 친구에게 명함조차도 사용하지 말라고 폐기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였으며 사무소 입구에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폐업예정이라고 붙여 놓기까지 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 

“나공인은 신혼부부에게 직접 부동산 중개를 한 것은 아니지만,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설 등록하고 노세월과 함께 부동산 중개 영업을 한 사실은 분명하다. 영업이 부진하여 나공인은 경비로 취업을 했으면 취업 전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폐업하고 이를 정당한 방법으로 마무리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친구인 노세월의 말만을 믿고 이를 게을리 하였다. 따라서 직접적인 고용관계나 내부적으로 상호 동업관계가 종료하였더라도 이를 믿을 만한 여지가 충분하여 신혼부부가 피해를 보았으니 나공인은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노세월의 업무를 관리 감독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나공인은 신혼부부의 피해에 대해 일정부분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사례를 보면 신혼부부도 그렇지만 친구의 말만을 믿고 폐업절차를 게을리 한 나공인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부동산 중개업계의 규모가 대부분 소규모 ‘가내수공업’같은 영세함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이렇다. 과거 내부적으로는 동업관계, 외부적으로는 사용인과 종업원의 관계를 맺고 이후 관계가 종료 된다면 반드시 정당한 진행절차에 의거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던지는 시사점은 공인중개사에게 단순히 사용자책임을 묻는 것도,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책임을 묻는 사건도 아니다. 공인중개사법에 근거하여 그 책임을 묻기에는 부족하여 민법의 사용자 배상책임과 상법의 명의대여자 책임까지 묻고 있는 것이다. 즉 부동산 중개전문가에게 그 책임을 무겁게 물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법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하여 부동산 중개전문가의 말만을 믿고 사실관계 확인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당사자인 신혼부부에게도 그 책임을 묻고 있는, 생각해볼만한 사건이 아닌가 한다.

*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상호는 이야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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