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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부동산이야기 : ‘응답하라 1988’제2편

‘예금 vs 아파트 vs 토지, 재테크의 승자는?’

응답하라 1988이 배출한 히로인은 단연코 천재바둑기사 최택(박보검 분)일 것이다. 물론 덕후기질이 차고 넘치는 개성적인 연기를 선보인 정봉(안재홍 분)이나 아이돌에서 연기돌로 떠오른 덕선이(혜리 분)가 있지만 방송 전후 활약도에 대비한 인지도 상승은 단연코 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봄, 세기의 대결이 있었다. 바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로봇인 알파고의 대결. 당시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1승 4패로 패했지만 그 때 거뒀던 1승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값진 승리다.

이세돌 9단의 직업은 프로바둑기사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 최종학력이 중졸인 택이가 바로 천재 프로바둑기사로 등장한다. 지금이야 바둑열기가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당시에는 그 열기가 프로야구를 능가할 정도였으니 짐작이 되려나 모르겠다.

극중 택이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바둑의 신으로까지 추앙되는 인물로 온갖 우승상금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반상 위를 군림하고 있다. 그런 택이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의 우승상금 5천만 원을 받게 되어 골목길은 때 아닌 재테크의 훈수로 한바탕 요란스레 떠들썩해진다.


#정기예금 #아파트 #토지 #재테크

 

 

Scene

 

택이의 우승으로 택이네 부자를 축하해주기 위해 골목길 식구들은 정봉이네 집에서 다함께 식사하기로 한다. 집주인인 정봉이 아빠와 아래층 덕선이 엄마가 먼저 자리를 잡고 하나 둘 음식을 테이블위에 놓고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당대 최고의 국민가수 조용필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덕선이 엄마가 한껏 들뜬 기분으로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른다.

 

사진출처 : 드라마 ‘응답하라 1988’중 화면캡쳐

 

“미지의~ 세계를~ 찾아서 떠나요~ 사랑해~ 노래를~ 멈추지 말아요~ 하하하하 나는 용필이 오빠나 한 번 보고 죽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허이구 참, 오빠 아인데요. 조용필씨가 덕선엄마보다 두 살 어립니다.”

“으이구, 한번 오빠는 영원한 오빠 아입니꺼.”

 

(이 때 선우엄마가 진주와 함께 등장하고 곧이어 덕선아빠도 들어온다.)

 

“형님~ 뭐꼬 아직도 안왔나?”

“와따 그나저나 뭔 냄새가 이리 꼬시대?”

“당신 오늘 일찍 왔네.”

“와따 이 사람아 오래간만에 택이 아빠가 한턱 쏘기로 했는데 늦으면 안 되지.”

 

(마침 짠돌이 택이 아빠가 웬일로 통닭 두 마리를 사들고 들어온다.)

 

“와 인제 오셨습니까~ 기다리다 모가지 빠질 뻔 했습니다.”

“오늘 같은 날 금은방 좀 닫지 그랬어요. 아들이 돈을 그렇게 많이 버는데 청승이야 청승”

“아이구 그게 어디 제 돈입니까? 택이 돈이지.”

“택이가 돈쓸 데가 어디 있다고요. 만날 천날 바둑만 두는데 택이 아빠 좀 펑펑 쓰고 좀 사이소~”

 

(다 모인 골목식구들의 식사는 연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슬슬 고조되기 시작하고 한 잔술에 거나해진 골목식구들은 택이의 상금을 두고 이래저래 투자에 관한 훈수를 두기 시작한다.)

사진출처 : 드라마 ‘응답하라 1988’중 화면캡쳐

 

“우리 애들만 보다 택이를 보니 우리 애들은 얼라다 얼라.”

“아직 어린애에요.”

“아따 사람 참. 아니 바둑안에 세상의 이치가 다 있는 것을 택이가 그걸 모르겄는가? 그것도 세상에서 바둑을 제일 잘 두는 앤디~”

“아니 근데 택이 이번에 상금 얼마 받았어요? 한국에서 제일 큰 대회라고 하던데요.”

“5천만 원...”

 

(다들 한 목소리로 놀라며...)


사진출처 : 드라마 ‘응답하라 1988’중 화면캡쳐, 일부편집

 

“헤에엑~”

“하이구 야 택이 오늘 아들한테 큰 턱 쏴야겠다.”

“땅! 땅이 최고야. 택이 아빠 무조건 땅 사요. 요새 일산이 뜬데.”

“아따~ 아무것도 모르믄 말을 마쇼. 일산에 볼 것이 뭐 있간디~ 맨~논밭 뿐인디, 좌우당간 목돈은 은행에 딱 박아두는 것이 젤로 안전하당께.”

“어~유. 은행이자 그거 뭐 얼마나 한다고.”

“아 물론 뭐 금리가 쪼~까 떨어져가꼬 한 15% 밖엔 안 되지만, 그래도 따박따박 이자 나오고, 은행만큼 안전한 곳이 없재.”

“쌩돈 5,000만 원을 뭐한다꼬 은행에 처박아 놓습니꼬. 택이 아빠! 아파트 하나 사이소~ 강남서 가장 잘 나가는 그 뭐라카더라? 아! 은마 아파트. 그거 오천만 원 한다카데.”

“히익 미쳤는 갑다. 무슨 아파트가 오천만 원이나 하노~”



 

Explanation

 

대화에서 알 수 있듯 택이의 우승상금 5천만 원에 대한 투자처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일은행에 다니는 만년 대리 덕선이 아빠는 이자가 꼬박꼬박 나오는 예금에 넣으라고 하고 정봉이의 복권 덕분에 벼락부자가 된 정봉이 엄마는 일산에 땅을 사라고 하며 연탄 걱정이 지겨운 선우 엄마는 강남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은마아파트를 사라고 추천한다.

과연 누구의 투자 권유가 미래의 승자가 될까?

 

먼저 덕선이 아빠의 조언대로 연 15% 금리상품인 예금에 투자했을 경우에는 현재 가치로 2억7,500만 원이 된다. 물론 복리상품인 경우에는 다를 수 있지만.

1988년 당시 은행 예금금리는 10%가 훌쩍 넘었다. 연 15%로 가정해서 비과세 상품에 투자했을 경우 5,000만 원이면 1년 동안 750만 원이 이자로 나왔을 것이다. 즉 한 달에 62만5,000원씩 통장에 찍혔다는 얘기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매달 냉장고(230L)를 2대나 사고, 6개월만 모으면 소형차 ‘프라이드’(381만 원)도 장만할 수 있었을 것이며 정봉이 아빠가 좋아하는 소고기(1kg당 6,600원)는 하루에 3kg씩 배불리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봉이 엄마의 조언대로 일산에 땅을 구입했더라면 현재 가치로는 대략 12억 원이 된다.

일산은 분당과 함께 정부가 주도한 제1기 신도시이다. 덕선이 아빠 말대로 당시 일산은 허허벌판이었다. ‘88 서울올림픽’ 특수에 서울 집값이 20% 넘게 급등하자 인구를 분산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건설됐던 것이 제1기 신도시인 일산과 분당이었다. 1989년 ‘신도시 건설계획’이 발표되면서 묻지마 투자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땅값이 본격적으로 뛰었다고 할 수 있다.

극중 대화는 신도시 건설계획이 발표되기 전인 1988년도 봄이었으니 정봉이 엄마의 조언대로 일산에 투자를 했더라면 덕선이 아빠보다 무려 4.5배는 더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단순히 땅값만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 요즘은 땅과 집이 함께 거래되기 때문이니 말이다. 최근 일산호수공원을 끼고 있는 마두동의 한 전원주택(대지면적 247㎡, 2층)의 경우 12억 원에 거래가 완료된바 있다.

 

그럼 연탄 걱정이 지겨운 선우 엄마의 조언의 결과는 어떠할까?

선우 엄마의 조언대로 당시 5천만 원으로 전용면적이 84㎡인 은마아파트 한 채를 샀었더라면 현재가치로는 대략 16억 원이 된다.

이는 정봉이 엄마의 일산 땅보다도 4억 원을 더 벌 수 있었으며, 덕선이 아빠의 수익률보다 무려 6배나 많은 수익률을 보이는 것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강남 재건축 역사의 상징이다. 1988년 당시 31평형은 대략 6,500만 원에서 7,500만 원선에 거래가 됐었다. 물론 급매로는 더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었다. 택이의 우승상금 5천만 원과 은행자금을 더해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자를 지급하고도 제일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결국 덕선이 아빠의 예금과 정봉이 엄마의 일산 땅 그리고 선우 엄마의 은마아파트의 삼파전에서 승자는 선우 엄마의 은마아파트가 되는 것이다.

필자가 이렇게 쓰고 나니 꼭 투자를 부추기는 투자전문가가 된 기분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당시 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본 가십거리에 불과하니 이를 염두 해 주고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번외로 만일 주식에 투자했더라면 어땠을까?

택이의 우승상금 5천만 원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더라면 현재 가치로는 무려 42억 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대박이다.

1988년 당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순위는 12위로 그해 평균 주당 가격은 3만 3,000원(최고가 3만 8,600원, 최저가 2만 8,300원) 정도였다. 5,000만 원을 투자한다면 1,515주를 매입할 수 있었다. 2016년 11월 현재 주당 가격이 2,770,000원 정도니까 무려 84배정도 올랐으니 그 수익률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은 2015년 가을 응답하라 1988 방영 초기에만 하더라도 1,300,000원선 이었는데 2년 사이 두 배도 넘게 올라버렸다.

조금이라도 자금여력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나만이 느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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