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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야행을 나섰다.

간만에 특권이라도 누릴 듯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꽤나 매섭다는 요즘 한파를 뚫기 위해 목에는 굵은 목도리와 종아리까지 덥는 롱패딩이라는 녀석을 걸치고서 말이다.

늦은 시각 도착한 나는 몇 해전 아이들과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미묘한 감정을 억누르며 발걸음을 인사동 골목으로 돌렸다.

종로경찰서 사잇길로 내려간 나는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리며 다소 느긋한 척,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추운 날씨에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도 없고 을씨년 스럽기까지했다.

 

 

 

목적지인 전통다원이라는 찻집어귀에 도착했을 무렵 좀 늦는다는 그녀의 연락에 무심했던 내 뱃고동이 요동을 쳤다.

그래서 들른 곳 '인사동교자 칼국수'

저녁시간도 지났고 날도 추웠고 가게 입구에는 물까지 흥건하게 젖어있어서 인지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마 동파사고가 있었으리라...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서 떡만두국을 주문했다. 만두가 딱 세개라서 많이 아쉽긴 했었는데 진한 사골국물이 그 아쉬움을 덜어준다.

 

 

생각보다 맛있게 먹었다. 일단 만두는 직접 빗은 것 같고 김치 또한 입에 촥 감기는 매콤한 맛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김치였다. 여튼 한그릇을 뚝딱 허겁지겁 배를 채운 나는 약속장소인 전통다원으로 가려는 순간 10시까지만 영업한다는 다소 허무한 소리에 발걸음을 돌렸다. 흔하디 흔한 스타벅스로 말이다.

좋은 사람 만나는데 찻집이면 어떻고 커피집이면 어떠랴. 기쁜마음에 요동치는 내 가슴을 부여잡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런 감정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종로3가역까지 걸었다. 거리가 왜이리 짧은거냔 생각이 순간 스치듯 지나갔다. 10대 시절 꿈도 꾸었고 혈기도 왕성했던 그 시절 걸었던 이길을 40중반에 다시 걷게 되다니, 그것도 여성과 함께.

이런 것을 꿈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가벼울 수 있기에 행복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이런 소소한 행복 두고두고 누릴 수 있었으면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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