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흑기사’로 보는 상가 임대차보증금 증액범위와 착한건물주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앞으로도 지속될 이야기다. 상권이 뜨면 뜰수록 상권의 가치보다 더 치솟는 임대료 말이다. 도대체 열심히 일한 사람들, 밝은 동네를 위해 활성화 된 상권을 만들기 위해 내 건물처럼 사용한 사람들이 왜 동네의 가치가 상승하면 그 가치상승에 따른 기여분을 금전적 손실로 돌려받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모든 건물주들이 그러하진 않겠지만 왜 세입자들이 열심히 길을 쓸고 닦아 놓으면 주인들은 그 길을 자기 소유인 냥 거저 혜택을 받으려 하는 것인지 법적인 허점은 없는 것인지 되짚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불합리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과연 상가 임대차보증금과 임대료의 적정한도는 어떻게 책정되어야 하며 증액 시 임대인의 과도한 요구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보증금증액범위 #착한임대사업

 

[KBS] 흑기사

 

본 드라마 흑기사는 김인영 극본에 한상우가 연출한 수목드라마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멜로드라마이다. KBS 2채널에서 2017년 12월 6일부터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흑기사’라고 하면 우린 무엇을 떠올릴까? 중세시대의 검은 말과 검은 갑옷을 입은 검투사? 아니면 술자리에서 술을 잘 못하는 동료를 대신해 그 술잔을 들이키는 풍류를 아는 사람? 뭐 어찌됐든 ‘흑기사’라는 단어는 우리의 뇌리에 구원투수 정도가 아닐까?

대한민국에는 무수히 많은 상권과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삶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생존수단으로, 생계수단으로서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것이 크던 작던 생존과 생계의 수단이기에 열심히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영세 자영업자들은 늘 임대차보증금이나 월세가 행여 오르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살 수밖에 없다.

시쳇말로 조물주보다 건물주라고 했던가? 조물주는 사랑을 내세우며 그 의미를 설파하지만 건물주는 돈이라는 절대 권력으로 자신들의 임대료에 대한 당위성을 설파하기에 급급하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말이다.

 

Scene

 

박곤(박성훈 분)의 아버지 박회장은 평소 즐겨 찾는 국궁장에서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활시위를 당기며 사업구상을 하고 있다. 그때 아들이자 직원인 박곤이 등장하며 사업성과에 대한 보고와 함께 자신의 아버지인 박회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젊은 사업가가 나타났음을 보고하게 된다.

 

▲ 드라마 ‘흑기사’중 박회장과 박곤의 대화 장면

 

(급한 모습으로 총총대며 걸어 들어오는 박곤, 이런 박곤이 아버지인 박회장에게 말을 건넨다.)


“언제 끝나세요?”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박곤이 아버지인 박회장에게 따지듯 말한다.)

“여기저기 민원이 수없이 들어갔답니다. 이러다 악덕건물주로 소문나겠어요.”

“1층 카페랑 빵집이 뜨면서 우리 건물 가치가 상승한 건데, 그런 가게에 월세를 서너배 올려달라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내 쫓자는 거죠.”

“그 자리에 외국계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는 게 더 낫지”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거 모르세요? 아버지? 서울시에서 하는 프로젝트 참가자료 보니까 우리한테 도전하듯 들어오는 법인이 있어요.”

“그 외국계 대표법인?”

“네. 우리 건물 있는 동네만 일부러 사들이고 있어요. 월세를 5년 동안 올리지도 않고 임대도 5년 이상씩 보장을 해준다는데.”

 

Explanation

 

극 중에서 볼 수 있듯, 임차인은 임대인(주인)에게 ‘을’중 최고의 ‘을’이 아닐까? 주택 임차인들은 사실 상가(점포) 임차인들에 비해 전세보증금이나 월세보증금, 즉 임대차보증금이나 임대료가 비싼지 아닌지, 그 금액을 올리면 그 범위가 적정한지 아닌지가 그리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저렴한 가격에 좋은 집을 찾으려는 목적 하에서는 그 중요성이 다소 높아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주택은 상가와 달리 지역별로 일정한 수준이 있기 때문에 일정한 지역 내에서는 임대차보증금이나 임대료가 그리 중요치 않다는 말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이유는 주택에는 권리금이라는 금전적 요소가 배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상가 임차인들은 임대차보증금이나 임대료에 아주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매일같이 영업에 대한 이윤으로 월세를 지급하고 또한 그 월세를 벌기위해 처음 들어올 때 시설이나 영업 권리금을 지급하고 인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동네 어귀에 위치한 작은 구멍가게도 권리금이란 것이 정해져 있다. 역세권이나 대학상권 등은 얼마나 높은 권리금이 정해져 있을지 얼추 짐작해 볼 수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분명 임대료 상한에 대해 정해놓고 있지만 사장된 규정에 불과할 뿐 현실적으론 그 규정의 힘이 미미할 따름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차임 등의 증감청구권)는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당사자는 장래의 차임 또는 보증금에 대하여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면서 동법 시행령 제4조에서 ‘차임 또는 보증금의 100분의 9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즉 법령에서 임대차기간 중 1년에 9%이상은 올릴 수 없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법과 괴리가 있다. 기본이 20%, 인기가 많은 상권의 경우 50%, 심한 경우 재계약 시마다 100%씩 월차임이 증액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권리금과도 관계가 있는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임차인의 보호기간은 5년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열심히 영업했는데 5년 후 권리금은 고사하고 원상복구까지 해주고 나가야 된다면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는가?

 

결국 임차인들은 훗날 권리금을 보전받기 위해서라도 임대인이 요구하는 금액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얼마나 불공정한 거래인가?

이러한 불공정한 폐단에 대처하기 위한 법률적 장치가 위에서 언급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임에도 법률상 규정에도 한 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은 어디까지나 임대차계약이 존속되는 경우를 가정한 규정일 뿐 양 당사자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재계약을 하거나 계약기간 만료 전이라도 상호 합의를 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 한도를 초과하더라도 말이다.



법률로서도 해결되지 않은,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와도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결국 각자의 의식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시쳇말로 법보다 가까운 것이 주먹이라는 말이 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법보다도 의식이 바뀌어야만 이런 불공정한 문제들은 사라질 것이다.

임대차보증금이나 월차임의 막무가내 증액과 같은, 묵은 때처럼 찌든 관행을 최근 몇몇 의식 있는 사람들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서울시 성동구청-상생지도

 

2016년 12월 성동구는 지자체 최초로 상생협약에 참여한 건물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 표시된 지도를 제작하여 배포하였다. 이른바 상생지도. 상생지도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상생협약에 참여한 이른바 ‘착한건물주’들의 건물을 지도상에 표시하여 이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제작된 지도이다.

 

▲ 성동구 상생지도

 

한강을 접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강유역의 자치구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공장과 낙후된 주택이 밀집해 있던 성동구가 지역의 랜드마크격인 서울숲을 비롯하여 지역의 오래된 공장지역이 문화예술촌으로 또는 수제화거리 등 젊은 창업가 중심의 특색 있는 창업지대로 그리고 외식공간으로 바뀌자 임대료의 엄청난 상승이 뒤따랐다.

임대차보증금과 월차임의 가파른 상승으로 원래 있던 주민들이 내몰리고 실험정신으로 가득 찬 젊은 예술인이나 창업가들이 성동구를 떠날 수도 있다는 여론에 성동구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상생지도의 긍정적 기대효과는 상생협약 미 참여 건물주들에게는 심리적 압박을 참여 건물주들에게는 자부심을 그리고 임차인의 좋은 선택유도라고 생각한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로데오거리 건물주들

 

1993년 개봉한 영화‘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야타족’, ‘오렌지족’과 같은 숱한 유행어를 탄생시켰던 지역 압구정동.

불과 십수년 전만해도 압구정동 로데오거리하면 패션과 낭만이 넘치는 젊은 청춘들의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그런 호시절이 지난 지 오래이다. 높아도 너무 높아진 임대료에 치인 상인들이 압구정동을 등지고 홍대나 신촌 등지로 빠져나가자 강남 한복판 노란자위 땅이라도 들어오려는 임차인들이 없고 상점들이 하나 둘씩 폐점하자 상권은 무너지고 거리의 활기도 잃게 되었다.

▲ 을씨년스러운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모습

 

이런 로데오거리를 되살리고자 건물주들이 뭉쳤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로데오상권 활성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것. 그들은 최고 상권이었던 압구정동 로데오상권의 명성 찾기에 나서면서 임대차보증금과 월차임을 스스로 대폭 낮추어 임대하기 시작했다.

 

착한건물주 방송인 서장훈-반값임대

 

요즘 방송계에서 뜨거운 관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가 있다.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인 서장훈. 서장훈하면 국보센터로 농구 말고는 마땅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서장훈은 거침없는 입담으로 방송인 김구라, 신동엽 등과 찰떡호흡을 자랑하며 신흥 방송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서장훈이 남몰래 선행 아닌 선행을 하고 있는 한 가지가 있으니 방송에서 보여 지는 돈 많은 이미지의 건물주 말고 ‘반값임대료만 받는 건물주’라는 것.


▲ 이미지출처 : 채널A 시사인사이드

 

방송인 서장훈은 착한건물주 서장훈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그가 소유한 건물인 서초동 빌딩과 흑석동 빌딩은 주변 시세대비 50%만 받고 있다.

농구를 27년간 열심히 해서 빌딩을 매입하고 그 빌딩으로 착한건물주가 되었다. 이런 서장훈을 국보센터를 넘어 국보시민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동산이라는 객체만 놓고 본다면 건물주들은 분명 높은 도덕적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조건 없이 맹목적으로 임대료를 낮추어 달라고 그들에게 요구할 수는 없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팽창한다면 앞으로 힘없이 주저앉는 영세 상인들의 모습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Today
Yesterday